2025년 7월 4일, 미국은 249번째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을 맞이해 전국 곳곳에서 퍼레이드, 바비큐 파티, 불꽃놀이 등 다양한 축제를 열고 있다. 해마다 여름 한가운데 열리는 7월 4일의 축제는 단순한 공휴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날은 1776년 대륙회의가 독립선언서를 승인한 날로, 미국이 공식적으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세상에 밝힌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실제 독립은 7월 2일에 이루어졌다. 대륙회의는 7월 2일에 독립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7월 4일에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문서인 ‘독립선언서’를 채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 사람들은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7월 4일을 미국의 독립일로 기념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단순한 국내 문서가 아니었다. 최초의 인쇄본은 아일랜드인이 제작했고, 대부분의 인쇄는 네덜란드산 종이에 이루어졌으며, 서명자 55명 중 9명이 영국 출신, 10명 이상이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독립선언은 글로벌한 배경과 영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후 전 세계에서 100건이 넘는 독립선언서가 이 문서의 형식과 문구를 차용해 작성됐다. 베트남의 독립선언문도 그중 하나로, 미국 독립선언서의 문장을 직접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날에는 대통령과 관련된 특별한 일화도 많다.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모두 1826년 7월 4일에 세상을 떠났고,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는 1831년 7월 4일에 사망했다. 반면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1872년 7월 4일에 태어나 독립기념일이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립선언서 뒷면에 거꾸로 “Original Declaration of Independence dated 4th July 1776”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작성자나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문서를 말아서 보관했기 때문에 라벨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국 국왕 조지 3세가 1776년 7월 4일 자신의 일기에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썼다”는 유명한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도서관 측에 따르면 조지 3세는 일기를 쓰지 않았으며, 이는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사냥에 실패한 날 ‘아무것도 없음(nothing)’이라 적은 기록에서 비롯된 전설로 보인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이들의 연령도 다양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사람은 70세의 벤저민 프랭클린이었고, 가장 젊었던 사람은 26세의 에드워드 럿레지였다. 마지막 생존자는 메릴랜드 출신 찰스 캐롤로, 1832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미국의 7월 4일은 단순한 휴일이 아닌, 자유와 독립, 주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다.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는 249년 전, 자유를 선택했던 이들의 용기와 이상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음악을 듣고, 국기를 흔들며 이 날을 축하하지만 그 중심에는 “우리는 왜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레이스 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