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지난 7월 18일, 기독교계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대상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그리고 해병대 군종목사 A씨로, 이들의 자택과 교회, 소속 기관들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로비’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구명로비’란, 공직자나 관계자가 불리한 처벌이나 문책을 피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청탁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병사 사망 사고와 관련한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계 유력 인사들과 접촉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정치권과 군 수뇌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명현 특검은 1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임 전 사단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 일부 종교계 인사들과의 연쇄 접촉 정황을 확인했다”며, “특히 김장환 목사, 이영훈 목사, 군종목사 A씨가 통화나 방문을 통해 중간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영훈 목사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특검이 마치 본인이 윤 전 대통령에게 로비를 한 것처럼 단정 짓는 방식으로 수사 내용을 흘리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명예 훼손이며 수사기관의 정치적 오남용”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극동방송 내부에서도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극동방송 노조준비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김장환 이사장이 해병대 사망사건의 은폐와 책임 회피를 위한 구명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기독교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극동방송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이 교계에 미친 충격은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김 이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군내에서의 역할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해병대 군종목사 A소령이 임 전 사단장의 요청을 받아 종교계 인사들과의 연락을 주선하거나 사건 은폐와 관련된 내부 여론 무마 활동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특검은 확보한 압수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소환 조사와 참고인 면담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단순히 군 조직 내부의 지휘 책임을 넘어서, 정권 핵심 인사와 종교계 원로들이 연결된 복합적인 구명로비 네트워크의 실체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되어 온 정치·군·종교 간의 유착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특검은 “모든 관련자에 대한 객관적 증거와 법적 절차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며,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대통령실 관련자 조사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공정한 책임’과 ‘공권력의 중립성’이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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