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 목회자의 정치적 발언 허용… 교회 발언 자유 확대 논란

미국 국세청(IRS)이 교회 목회자들이 선거 전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비영리단체로서의 세금 면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하며, 종교계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결정은 1954년 제정된 ‘존슨 수정조항’의 해석에 대한 공동 합의에 따른 것으로,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합의 문서를 통해 공식화됐다. 해당 조항은 종교 기관이 특정 정치 후보를 공개 지지하거나 정치 활동을 할 경우 세금 면제 혜택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과 원고 측인 ‘전국기독교방송인협회’, ‘미국중보기도단’, ‘텍사스 소재 두 교회’는 “예배 중 신앙적 맥락에서 이뤄지는 내부적 발언은 정치 참여나 개입이 아니며, 가족 간 대화와 유사한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IRS가 실제로 지난 수년 간 교회 예배 중 이뤄진 정치 발언에 대해 존슨 조항을 엄격히 집행하지 않았다는 점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만약 법원이 이번 합의를 받아들일 경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복음주의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의 일부가 실현되는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교회는 정치적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으며, 존슨 조항은 이를 억압하는 법”이라며 폐지를 추진했지만, 입법적 절차의 벽에 막혀 집행 유예 수준의 행정 조치로 대응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종교 자유를 옹호하는 보수 진영은 적극 환영하고 있다. ‘퍼스트 리버티 인스티튜트’의 대표 켈리 섀클포드는 “종교 지도자가 강단에 선다고 표현의 자유를 잃어서는 안 된다”며 “IRS가 수십 년간 존슨 조항을 무기로 교회를 침묵시켜 왔는데, 이번 합의는 종교 자유에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진보적 복음주의 단체 ‘Vote Common Good’의 대표 더그 패짓 목사 역시 “이제 민주당 정치인들과 신앙 지도자들도 강단에서 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기독교 유권자 80%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정직하고 가치 중심적인 대화를 가능케 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 비영리단체연합의 다이앤 옌텔 대표는 “이번 결정은 정치 자금 규제를 약화시키고, 세금 혜택을 악용한 정치 자금 유입 통로를 열 수 있다”며 “비영리 단체가 정치적 분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몇 년간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존슨 조항을 위반했다며 보수 교회에 대한 IRS 조사를 촉구해왔다. 2024년 플로리다 한 교회가 지역 교육위원회 후보를 위한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으며, 캘리포니아의 유명 교회 목사는 예배 중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반대로 일부 진보 성향의 목회자들도 강단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을 해왔다. 2022년 애틀랜타의 자말 브라이언트 목사는 예배 중 공화당 후보 허셜 워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민주당 후보 라파엘 워녹에 대한 지지를 독려했다.

이번 국세청의 결정은 종교와 정치의 경계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향후 미국 사회의 종교 자유와 선거 윤리 논쟁에 주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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