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SBC)가 올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연례총회에서 산하 윤리·종교자유위원회(Ethics & Religious Liberty Commission, 이하 ERLC)의 폐지를 요구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
총 6,581표 중 3,744표(56.89%)가 폐지 반대, 2,819표(42.84%)가 폐지 찬성으로 집계됐으며, 18표는 무효 처리됐다. SBC 정관에 따르면 교단 산하 기구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려면 2년 연속 연례총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폐지안을 발의한 이는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 소재 칼버리침례교회의 윌리 라이스(Willy Rice) 목사로, 그는 “ERLC가 진보 성향의 외부 옹호 단체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공개적인 회개도, 연대 철회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ERLC를 옹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은 완고하며 신뢰는 무너졌다”며, ERLC를 폐지하고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RLC는 최근 몇 년간 내부 반발에 직면해 왔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 처벌을 목적으로 한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 이민·난민 옹호 단체 ‘복음주의 이민 테이블’(Evangelical Immigration Table)과의 연대, 전임 회장 러셀 무어(Russell Moore)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반면, 테네시주 머프리즈버러의 원처치(One Church) 스티브 윌리스(Steve Willis) 담임목사는 ERLC를 적극 옹호하며, 태아 생명권 보호 등 생명 존중 활동에서 ERLC가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음파 기기를 생명 옹호 산모 센터에 지원해온 ERLC만큼 생명권을 위해 싸운 기관은 없다”며, 폐지 반대 투표를 독려했다.
ERLC는 1908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간 교단 내에서 공공정책과 윤리 문제를 대표해왔다. 그러나 최근 3년 연속 연례총회에서 예산 삭감 및 폐지 시도가 있었으며, 이번 표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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