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 아프리카·아시아·이슬람권 국가들을 포함한 19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6월 9일 월요일 오전 12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전 세계적으로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미얀마(버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12개국 국민은 미국 입국이 전면 금지되며, 라오스, 쿠바, 베네수엘라, 부룬디,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등 7개국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입국 조치가 시행된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테러 위협 방지, 신원 확인 시스템 강화, 비자 남용 방지 등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내 아시아계 인권단체와 이민자 권익 옹호단체들은 이 조치를 명백한 인종·종교 기반의 차별 정책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AAAJ)는 6월 5일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입국 금지 조치를 “공포와 혐오에 기반한 반이민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명에서 AAAJ는 “이번 조치는 수백만 명의 이민자와 여행객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으며, 이미 난민 수용 중단과 임시보호지위(TPS) 박탈, 인도적 입국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받은 국가들이 또다시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AAJC의 존 양(John C. Yang) 대표는 “우리가 2017년 무슬림 입국 금지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이번 차별적 행정명령 역시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는 국가 안보를 핑계로 이민과 난민 수용 자체를 낙인찍으려는 정치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AAAJ 애틀랜타 지부의 무르타자 쿠와자 사무총장도 “이민은 범죄가 아니라 인권”이라며, “이번 조치는 전쟁과 박해를 피해 도망치는 가족들의 삶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조치로,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좁고 폐쇄적인 나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부 캘리포니아 지부의 대표인 코니 정 조는 “이번 정책은 특정 국가의 정부나 제도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국가의 국민 자체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이 조치는 가족을 찢고, 폭력과 죽음을 피해 탈출한 이들을 더 고립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비자 발급 및 입국 심사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민 당국에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되면서 자의적인 심사나 인종·국적에 기반한 차별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국제 항공편을 이용하는 여행객들도 입국 항만에서 더 복잡한 절차와 차별적 대우를 겪을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6월 9일 이전에 발급된 유효한 비자를 소지한 사람들과 미국 시민의 직계 가족, 영주권자, 외교관, 이중국적자,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자 등은 예외 대상으로 간주되며 입국이 허용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많은 이민자 가족들이 재회나 귀국, 유학 등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으며, 미국 내 대학들 역시 국제 학생들에게 해외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AAAJ는 이번 조치를 “이민자와 난민 커뮤니티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의회와 행정부가 즉각적으로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정의롭고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는 “이민자들의 삶과 자유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며, 미국이 인권과 정의, 형평성을 중시하는 국가로서의 본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법적 도전과 정치적 반발은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레이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