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그의 독단적 정책 운영이 미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상 기본권인 ‘헤비어스 코퍼스(불법 구금에 대한 이의 제기권)’의 일시 중단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주최한 온라인 언론 브리핑에서 헌법·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법치주의와 견제·균형의 원칙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리핑에는 루칸 웨이 토론토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아지즈 후크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 글로리아 브라운-마샬 존 제이 형사사범대 헌법학 교수가 참여했다.
웨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를 공격하고 충성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는 등 권력을 강화하며 제도를 장악해가는 ‘경쟁적 권위주의’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 대학 등 비판적 기관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법치주의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크 교수는 “적법 절차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국가 권력의 오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명령을 반복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판사 및 판사 가족에 대한 위협 행위는 사법 독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제임스 보스버그 연방지법 판사가 진행 중인 ‘법정모욕(contempt of court)’ 절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절차는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고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를 추방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워싱턴 D.C. 항소법원이 현재 법적 검토를 위해 중단한 상태다. 만약 항소법원이 행정부의 명백한 법 위반을 인정할 경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2%가 트럼프를 ‘위험한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ABC 뉴스·워싱턴포스트·입소스 공동조사에서는 62%가 트럼프 행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브리핑 참석자들은 “현 상황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 아니라 헌정 질서 자체가 훼손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시민들의 각성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운-마샬 교수는 “흑인 공동체는 오랜 세월 헌법적 권리를 무시당해왔다. 이제 그 피해가 이민자, 유학생, 성소수자, 여성 등 다양한 소수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이 교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위기가 닥쳐야만 그 중요성을 깨닫는다”며 “지금은 정치적 전염병이 퍼지는 시기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그레이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