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도시 로스앤젤레스, 시장 출마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최근 인종차별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시장 선거에 출마한 백인 후보가 자신은 이탈리아계이니 라틴계에 속한다고 발언했다가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시의회 의장이 흑인 비하 발언으로 비난을 산 끝에 사퇴한 것을 계기로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LA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정치권력 공유에 대한 인종차별적 견해를 표명하는 4명의 라틴계 지도자들의 영상이 폭로되면서 시의회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는 흑인, 라티노 작가와 저술가를 연사로 초청해 이번 사건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공유했다.

30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온 EMS 베테랑 기자 필라르 마레로는 “다문화 도시 LA에서 시의회 의장이 인종차별 발언 유출을 한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18일, 시의원 누리 마르티네즈, 길 세딜로, 케빈 데 레온은 LA 카운티 노동 연맹의 론 에레라 회장을 한 시간 이상 만났다. LA의 가장 저명한 라틴계 지도자 간의 대화는 라틴계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지역 재획정에 관한 것이었다. 라틴계 사람들은 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시의회 의석 15석 중 3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록이 유출되면서 흑인, 원주민,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동성애자에 대한 폄하와 인종차별 발언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11일 이탈리아계 백인 남성인 공화당 릭 카루소 후보는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LA 시장 당선을 노리는 민주당의 캐런 배스 하원의원과 함께 양자 TV 토론에 나섰다. 진행을 맡은 두니아 엘비르 기자는 토론 도중 “다음 LA 시장은 아프리카계 여성이어야 할까, 아니면 백인 남성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최근 라틴계인 누리 마르티네스 시의회 의장이 백인 동료 의원이 입양한 흑인 아이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키고 낙마한 사건을 토론 주제로 꺼내려는 의도였다.

이 물음에 카루소 후보는 “나는 이탈리아인”이라고 대꾸했다. 진행자가 웃으며 이탈리아어 억양으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고 언급하자, 대뜸 카루소 후보가 “그건 라틴계”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질문 당사자인 엘비르 기자 역시 중남미인 온두라스 출신으로 라틴계인 점, LA 시민의 적잖은 인구가 라틴계라는 점 등을 염두에 둔 답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카루소는 이어진 발언 기회를 통해 “나는 라틴계 커뮤니티와 연결돼 있지만, 시장으로서 해야 하는 일은 라틴계뿐 아니라 흑인, 아시아계, 유대계 커뮤니티와 모두 연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라틴계’ 발언을 두고 소셜미디어에는 비판을 넘어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LA에서 25년간 다문화 연합을 구축하면서 활동했던 리처드 로드리게스 개신교 목사는 “이 문제는 LA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를 거쳐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제 막 첫 아프리카계 부통령을 선출한 콜롬비아에 이르기까지 유출된 영상의 영향이 도시 전역에서 계속 느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리처드 로드리게스 개신교 목사

로드리게스는 “LA의 모든 그룹이 괴롭힘을 당하는 시청에서 웃음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웃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로스앤젤레스의 나머지 지역과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흑인 작가이자 수필가인 에린 오브리 카플런

수십 년 동안 LA애서 흑인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취재해온 흑인 작가이자 수필가인 에린 오브리 카플런은 로스앤젤레스 공항 근처의 흑인 및 라틴계 노동자 계층 교외인 잉글우드에 살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인 래리 오브리는 1942년 루이지애나에서 LA로 이주했다. 그녀는 백인 학생들과 함께 사우스 센트럴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자신이 멕시코인이라고 속였다.

그녀는 로드리게스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의회 의원들이 정치에 대해 역행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며 의회가 임명한 위원회가 아닌 독립적인 선거구 조정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가이자 사회평론가인 재스민 캐닉은 민주당 대표이자 언론인이며 LA 시의회 의장의 특별 보좌관이었다.

그녀는 “우리는 의회에 인종차별적이고 편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과거의 상호 작용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색깔인지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얼마나 잘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LA 북쪽 벤추라 카운티에 있는 믹스테코/인디게나 커뮤니티 조직 프로젝트(MICOP)의 책임자 아르케니오 로페스는 “저는 케빈 드 레온 의원과 길 세딜로 의원은 라틴계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들은 원주민 공동체를 포함한 다른 공동체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페스는 “LA 시의회에는 원주민이 없다”고 지적하며 “거대한 LA 원주민 이주 공동체의 목소리들 낼 수 있는 리더가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보닌 의원은 성명을 내고 “마르티네스가 끔찍한 인종차별적 비방으로 우리 아들을 공격하고, 물리적으로 해를 가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입밖으로 꺼낸 것이 매우 섬뜩하고 혐오스럽다”며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고, 결국 같은 날 마르티네스 전 의장은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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