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한국인 첫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의 존재를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 ‘브로커’는 29일(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 상은 1973년부터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장편 영화에 주는 상이다. ‘에큐메니컬’은 온 세계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오이쿠메네(oikoumene)에서 유래한 말로, 전 세계 교회가 교파와 교단을 넘어 기독교의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올해 칸 영화제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은 유럽의 개신교 영화협회 대표들이 만든 인터필름과 가톨릭 기반의 국제단체인 시그니스의 추천을 받아 구성했다. 프랑스 영화 저널리스트이자 신학자인 발트라우드 벨라주에, 독일의 디트마르 아들러 목사가 심사위원 명단에 들어갔다.
영화 ‘브로커’는 부산의 한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어머니 소영(아이유 분)과 함께 브로커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가 새 부모를 찾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미혼모 등이 갓 태어난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유기하는 사례가 많아 형사처벌 논란이 일기도 했다(국민일보 1월 5일자 14면 참조). 실제로 지난해 한 달에 10명꼴로 새 생명이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 박스’에 유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이 스토리나 연기 촬영 등을 기준으로 영화를 심사하는 데 반해 에큐메니컬 심사위원단은 ‘우리 존재의 영적 차원에 가장 잘 닿는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 2021년 칸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장을 지낸 더글라스 팔레슨은 미국 영화 매체인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우선 영화의 질, 전반적인 스토리텔링, 기술적 우수성”이라며 “에큐메니컬 상의 두 번째 기준은 존재의 영적 구성 요소”라고 설명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삶의 상처와 좌절, 근심을 희망과 함께 그려내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하며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영화들이 주요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려왔다고 설명했다. 이 상은 칸 영화제 외에도 로카르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도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칸 영화제 수상이 다른 영화제 같은 분야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