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비상연락망으로 백신, 마스크 정보 전달하는 라오스 커뮤니티 화제

리치먼드, 캘리포니아-보건당국이 언어적으로 고립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을 홍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리치몬드의
라오스 이민자 노인 커뮤니티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폰 트리(phone tree 비상연락망)을 통해
신속하게 정보를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후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많은 동남아시아 이민자들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며
인터넷도 없는 경우가 많다. 라오스인 커뮤니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본인과 가족들에게 코로나19 및 백신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며 전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크무 (Khmu) 커뮤니티의 지도자인 톰 놈프라수트 (Torm Normpraseurt) 씨에 따르면, 커뮤니티나
어떤 사람이 아프거나 죽게될 경우, 가족들은 곧바로 그 지역의 선출직 담당자에게 전화를 건다.
이것이 비상연락망의 시작이다. 담당자는 곧바로 2-3명의 조수에게 지시해 담당 그룹의 10-15명

가족에게 전화를 걸게 한다. 그리고 30분에서 몇시간 이내에 모든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정보가
전달된다.

놈프라수트 씨는 “우리 커뮤니티는 잘 조직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라오스인 커뮤니티는
라오족, 루민족, 크무족, 타이담족, 몽족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방언,
커뮤니티 운영방식, 비상연락망 운영법을 갖추고 있다.

놈프라수트 씨가 속한 크무 족의 경우, 이들은 4년마다 한번씩 선거를 통해 의장을 선출한다.
선거는 우편투표로 이뤄진다. 후보자들은 대부분 커뮤니티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지만,
젊은 유권자들을 위해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도 같이 공고한다. 투표율은 대개 80% 정도라고
놈프라수트 씨는 밝혔다.

선출된 의장은 서기와 재무담당을 임명한다. 일정한 숫자의 가족들을 담당하는 커뮤니티 리더는
가족들의 합의에 따라 선출된다.

이 같은 운영방식은 입에서 입으로, 구전방식으로 전파하는 전화 비상연락망의 토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민자들이 백신 접종 예약 등의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라오스인 노인인 사리 타트파폰 씨는 “영어를 읽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은 인터넷도 못하고
스마트폰도 쓸 수가 없게 된다. 모든 내용이 영어로 적혀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79년
아내와 한살 반짜리 아들과 함께 라오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민왔다.

타트파폰 씨는 2017년 베이 에이리어에서는 처음으로 라오스 노인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언어장벽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에게 올바른 보건의료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판데믹 대피명령이 시작되면서 노인센터 역시 문을 닫게 됐다.

이같은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타트파폰 씨와 동료 라오스 지도자 네트워크는 콘트라 카운티
존 기오이아 수퍼바이저의 비서실장 소냐 버스타만트와 손잡고 백신 접종 정보제공에 나섰다.

백신 접종을 원하는 라오스 커뮤니티 이민자들은 전화 비상연락망을 통해 커뮤니티 지도자들에게
성과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면 커뮤니티 리더들은 명단을 작성해 타트파폰
씨에게 넘겨준다. 타트파폰 씨는 매주 명단을 종합해 백신 접종 자격을 갖춘 사람 명단을 작성한
후, 버스타만트 비서실장과 존 무어 병원 이동클리닉의 키쇼어 나스 박사에게 보낸다.

이동클리닉은 존 무어 병원과 콘트라 코스타 보건소가 커뮤니티 백신 접종을 위해 2021년 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토요일 오후 12시-3시는 라오스 커뮤니티를 위한 백신 접종 시간으로
할당됐다.

지난 토요일에는 라오스 노인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기 위해 리치몬드 고등학교에 모였다.
이들은 간단한 서류를 작성한 후, 자동차를 몰고 지정된 주차장으로 간다. 타트파폰 씨와
놈프라수트 씨 등 자원봉사자들이 통역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간호사들이 자동차로 다가가 백신을 접종한다. 이후 부작용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15분간 그 자리에서 대기한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타트파폰 씨는 이동식 접종소를 통해 100명 가까운 라오스 이민자들이 백신을 접종받았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자격을 갖춘 모든 주민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핫라인 1-833-422-4255로 전화하면 되며, 전화 중에는 250개국어 통역을 제공한다. 또한
백신 접종 예약사이트인 myturn.ca.gov 역시 12개 국어 번역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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