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두운 겨울, 하지만 언제나 빛은 있다”…바이든 대통령 첫 메시지는 ‘치유·위로·통합’

취임식날 첫 일정 성당 미사

20일(수)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계단 위에서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했다. 전염병과 분열의 시대에 출범하는 새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그가 전한 첫 메시지는 치유와 통합이었다.

짧은 취임선서 말고는 모든 것이 전과 달랐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 워싱턴 세인트매슈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했다. 취임식에 앞서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앞 세인트존스 교회가 아닌 성당을 찾은 것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어 오전 10시30분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의회로 이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2년간 이어온 전통을 깨고 취임식에 불참했다. 대신 오전 8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출발했다.

전임 대통령들은 내셔널몰에 집결한 100만명에 가까운 축하객들을 내려다보며 취임 연설을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달랐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인파가 아닌 약 19만1500개의 깃발들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테러 위협까지 겹치면서 일반 시민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때문이다. 시민들의 함성 대신 무장한 군인들이 워싱턴 곳곳을 채웠다. 워싱턴 시내에는 주방위군 2만5000명이 배치됐다. 역대 취임식에 배치된 군병력의 2배 규모다. 카퍼레이드와 파티 대신 촛불과 묵념이 새 정부의 출범을 함께했다.

취임식은 하루 전부터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저녁 내셔널몰 링컨기념관에서 진행된 코로나19 희생자 추도식을 이끌며 미국의 리더로서 역할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치유하는 방법이고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천국에 천사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간호사들일 것”이라며 의료진도 위로했다. 또 “제 가족의 경험을 통해 여러분이 얼마나 타인을 위해 큰 용기를 내고 고통을 흡수하고 있는지 안다”며 첫 아내와 딸, 장남을 먼저 떠나보낸 아픈 경험을 연설에 담아냈다.

추도식에서는 미시간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다 벽에 기대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간호사 로리 마리 키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추도식이 끝난 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40만명을 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은 거부한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이끌었다”며 “추도식만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낮 고향 델라웨어를 떠나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는 떠나기 전 “12년 전 기차역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자를 기다리며 아들들에게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했고, 오늘은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을 만나러 워싱턴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어두운 겨울에 임기를 시작한다”며 “하지만 언제나 빛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인들은 할 수 있고 그렇게 해낸다”며 “그것이 희망과 빛,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인 미국”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을 찾은 것은 대선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전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이동을 위해 전용기를 보내주는 것이 관례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 전통을 깼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전세기를 타고 워싱턴을 찾았다.

역대 취임날 저녁에 열렸던 화려한 무도회도 취소됐다. 대신 배우 톰 행크스가 사회를 보는 조촐한 행사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행크스는 코로나19에 걸리고 완치된 뒤 지난해 5월 자신의 혈장을 기증한 바 있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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